뼈대가 됐던 초반 설정..(..

 

 

 

 

종족 기본 설정 (비나 비에라입니다)

 

 

 

 

외관 이미지

 

ⓒ 샤쟈

 

성격/서사 서술

 

 

행동양상
얼핏 본다면 파룬은 아주 사교적이고 활동적이다. 먼저 나서서 말을 하는것 같진 않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또렷하고 직관적이며 상황에 맞는 명료한 어휘를 적재적소에 사용한다. 열린 자세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몸짓과 신호를 세심하게 살피며, 분석과 공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에 능숙해 보인다. 다만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

 

내면
모든 것은 논리대로, 모든 것은 인과에 따라서.
이 세상에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일 뿐. 그렇게 파룬은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의 인과관계를 철저히 수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증명해냈다. 어떤 것은 이러하기에 이런 것이 되었고, 또 다른 것은 이러하기에 이런 것이 되었다. 다만 존재와 현상에 원인은 묻지 않는다. 그저 ‘있다’. 그것을 규명할 뿐.


혼자 있을 때의 파룬은 사람들 앞에서의 모습과 사뭇 달라진다. 늘 무언가를 만지고 있고(높은 확률로 기계), 집중하기 시작하면 옆에서 소리가 나도 잘 듣지 못하고, 자신만의 내면세계에 깊이 파묻혀 있다. 그가 사교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람을 분석하는 것에 능숙하기 때문이다. 말과 몸짓을 읽어내 그 사람의 특징과 성질을 감별해내고 그에 맞는 대화법과 행동을 취한다. 이런 발상과 태도는 사람이 아닌 기계를 대하는 것에 가깝지만, 연기와 위장에 충분히 능숙하다면야 문제될 것은 아니므로 그는 적절한 수의 사람들과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채울 수 없는 것이 있다.
연기와 위장에 능숙하다는 것은, 진심을 전하고 마음을 교감하는 것에 서투르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리 노력하고 분석해도 닿을 수 없는 영역이기에, 문득 이 사실을 자각할 때면 현실과 동떨어진 감각이 온 몸과 머릿속을 감싸고는 한다. 탈력감과 실망감이 주체할 수 없이 넘쳐흐를 땐 그저 피를 뒤집어쓰고 날뛰고 싶어진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파룬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누군가가 이런 나를 알아준다면, 나와 같이 생각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면 나를 규명하는 것도 가능할까?

 

과거의 발자취
존재와 현상에 원인은 묻지 않는다.
치기어린 날의 그가 숱한 시행착오 끝에 정한 한 가지 원칙이다. 그는 원인을 찾으려 했다. 끝도 없이. 모든 것은 어디서부터 오고 어디로 가는가, 사라진 것은 어떻게 되는가. 어렵게 찾은 답은 너무나도 간단하고 허무했다. 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저 형태가 바뀐 것을 사라진다고 단정지을 뿐이다. 모든 것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겨난다면 그것은 변수를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과 모든 현상에는 결과가 있고, 그 결과는 또다시 다른 원인이 되고, 그 원인은 또 다른 결과를 만들고, 그렇게 세상은 순환한다.

 

스카테이 산맥 중턱을 빈틈없이 뒤덮는 험준하고 거친 숲 속, 어렸던 파룬이 마스터에게서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판적 시각'이었다. 자연은 그 단어가 주는 감각처럼 아름답고 고요하고 평화롭지 않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자연은 절대적이고 압도적이었으며 그 구성요소들은 언제나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었다. 모든 것은 이면이 있고, 그것을 알아내면 그것 자체를 좀 더 잘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왜?’ 라는 질문은 그에게는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든, 단순히 궁금해서든. 어째서 작디 작은 생물들이 커다란 맹수를 피해서 살아남이 종족을 보전할 수 있는지를 어린 파룬은 관찰하고 또 관찰했다. 관찰에 정신이 팔려 제가 위험에 처한 줄도 모를 때면 마스터는 조용히 그를 데려다 안전한 은신처로 옮겼다. 처음 몇 번은 꾸중을 하고 좋게 타이르기도 했지만, 곧 파룬은 그가 관찰한 것들을 제게 맞게 활용할 줄 알게 되었다. 발걸음을 남기지 않는 것, 미끼를 놓아 역습하는 것, 흔적을 지우는 것과 같은 일들을 곧잘 해내자 마스터도 더 이상 그를 혼내지는 않았다. 그 대신, 마스터는 풀에서 섬유를 뽑고 짐승의 가죽을 가공하거나 석재와 금속을 날카롭게 가공하여 무기로 가공하는 것, 혹은 식량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보존법과 그에 필요한 약재를 만드는 방법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파룬은 타고난 영특한 머리로 그것들을 빠르게 학습했다. 그러나 가르칠 수 없는 영역도 존재했다. 기쁨이나 슬픔 같은 감정들은 파룬이 스스로 깨달아야만 했다. 그러나 파룬은 늘 ‘숲의 보전’ 이라는 관점에서만 행동했고, 무언가를 선호하거나 싫어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 파룬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했었다.

 

어느 날, 파룬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마스터의 흔적을 뒤쫒고 있었다. 이제껏 접근한 적 없는 산맥의 끝자락, 숲이 끝나는 곳에서 발견한 마스터의 단검은 날이 부러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서 제국군 병사들의 잔해를 발견했지만, 그의 마스터는 여전히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파룬이 한 명의 비에라족 남성으로서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하기 시작했을 때, 파룬은 곧장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닥치는 대로 정보를 모으고 또 모으고, 오사드 대륙에 뻗친 제국의 영향을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생각했던 만큼 쉽지 않았다. 마스터와 했던 대화와는 전혀 달랐고, 답답했으며, 어려웠다. 허나,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면 간단했다. 누군가가 건네는 가벼운 인사에 당신은 왜 그런 인사를 하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생각은 할지라도 직접 말로 묻지는 않는다. 다행히도 파룬에게는 다른 종족과는 사뭇 다른 긴 시간이 주어져 있었다. 그를 배척했던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가 뿌려왔던 악행을 견디지 못해 변고를 당했고, 파룬에게 그것을 지켜볼 시간은 충분했다. 따라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어낸 결과를 유의미하게 사용할 시간 또한 당연히,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먼저, 다른 사람들을 따라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평범하게 인사를 하고 날씨를 묻고 소소한 대화들을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제게 경계를 풀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으며, 그것은 꽤나 자주 파룬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 주었다. 그저 인사성이 좋고 활발하다는 이유로 건네받은 음식은 사냥이나 의뢰를 하지 않고도 주린 배를 간단히 채울 수 있게 해주었다. ‘왜?’ 라는 탐구는 그 이후에 해도 충분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해야 할 것들을 먼저 해치우고 난 뒤에 하자.
세상을 계산적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파룬은 그 스스로도 아주 철저히 계산적일 수 있었고, 아주 당연하고도 어려운 이 명제를 파룬은 아주 쉽게 해냈다. 그건 그가 사람일 수 있는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라면 그 속에 있던 무언가를 아무도, 저조차 모르게 묻어뒀기 때문일까?

 

여행을 하며 사람을 대하고 사람에게 호감을 얻는 일이 어느덧 몸에 익었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숲 속에 버려지기도 했으며(규율에 따라 살아왔던 비에라족에게는 별로 위협이 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악의를 가진 자에게 공격받아 다치기도 했고, 피로감이 심하게 쌓인 어느 날 적의 기척을 느끼지 못해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그를 살린 것은 철저한 자기객관화였다. 자신마저도 철저히 분석하여 최선의 선택지를 골라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그런 성질을 가졌으므로, 그에게 기계란 아주 매력적인 것이었다. 의도한 대로 움직이고, 거짓말 같은 것도 필요없으며, 이런 것을 다루는 사람들 또한 저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기도 했다. 따라서 파룬이 공학에 푹 빠지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세상을 여행하며 마도공학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었을 때, 파룬은 곧장 마스터가 사라졌던 그 곳을 방문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그곳에는 제가 만들어둔 조그마한 표식이 흙먼지가 잔뜩 쌓인 채 조용히 남아 있었다. 근처에 숨겨둔 제국군 인증 열쇠를 챙겨 기록을 해독했지만, 이미 녹슬 대로 녹슬어 붉은 분진이 떨어지는 기판에서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스터를 찾는 것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지만, 마음 속에 생겨나는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지는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을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그래야만 했다.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사는 의미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능숙한 것을 하기로 했다. 그에게 있어 가장 다루기 쉬운 것은 기계였다. 제국군의 건십이나 콜로서스를 노획하여 명령체계를 바꾸고 지휘권을 빼앗는 것은 제 특기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속의 빈 부분을 채울 수는 없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나서, 그는 세상의 진리를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의 진리는 무척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은 매력적이기도 해서,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은 제법 많기도 했다. 에테르는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이었고, 바로 그 부분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파룬도 그 중 하나였다. 에테르는 세계와 차원을 순환한다. 원을 계속해서 그리는 것처럼, 거기엔 시작과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변화할 뿐이다. 이 명제를 깨달은 파룬은 다른 것에도 이 명제를 대입해 보았다.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다른 것들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시체는 양분으로 환원되고 혼은 에테르로 환원된다. 그렇다면 그것은 사라진다고 할 수 없다. 형태를 바꿔 존재할 뿐이다. 사람과 사람이 갖는 감정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대상이나 형태를 바꿔 존재할 수도 있다. 생물이 갖는 감정은 현실에 흔적을 남기기도 하니 그것 또한 감정의 또 다른 형태일 것이다. 모든 것은 정말로, 그저 변화할 뿐이다. 이 명제는 진실이며 참이고 진리였다. 기쁨과 행복도 변화한다. 고통과 절망도 변화한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파룬은 공방 실험실에서 무료하게 엎드린 채 낙서투성이 종이쪼가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진리를 깨달은 파룬은 문득 공허해졌다. 어떻게 변화할 지 알 수 있거나 추측할 수 있다면, 호기심은 사라지고 권태감이 찾아온다. 무력감이 온 몸을 지배한다. 모든 걸 알 수 있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애써 티는 내지 않았다. 그는 이전처럼 아침마다 공방을 꼼꼼히 청소하고, 동료들과 식사를 하며 별 의미도 없는 수다를 가만히 듣고, 맡은 일을 성실히 해냈다. 그러나 그의 두 눈에서 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220830 ccoli @likan0_0